본문 바로가기
books

서평 [에디톨로지]

by 소프트힐러 2020. 3. 8.

 

21세기 북스

 

김정운

 

20141024

 

 

 

워낙 유명한 교수이자 스타강사이고, 개인적으로 김정운 교수의 강의를 매우 재밌게 들었기 때문에 기대감을 갖고 읽은 책이다. 책의 내용도 강의 못지않게 흥미롭고 유익했다.

 

에디톨로지는 편집학이다. 이 관점으로 보면 인간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이것과 저것을 편집하여 새로워 보이는 것을 만드는 것이다.

 

애플사의 자랑인 아이폰은 2007년에 처음 아이폰2G가 출시되고 이후 새로운 버전이 출시될 때마다 세상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아이폰이 세상에 처음 선보였을 때에 스마트폰이라는 것에 개념이 없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놀라운 발명 내지는 창조라고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폰 역시 전혀 새로운 것이 창조된 것이 아니었다. 아이폰은 기존에 애플사에서 만든 MP3인 아이팟과 카메라와 휴대폰, 3가지를 합친 개념이었다. , 편집의 산물이었다. 김정운 교수는 이 책을 통해 편집이 인간사회에서 많은 작용을 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해준다.

 

 

“예능 프로그램과 편집”

 

우리가 소파에 누워서 편하고 재밌게 보는 예능 프로그램을 예로 들어보자. 과거 예능 프로그램에는 자막이 거의 없었다. 글씨가 많으면 화면이 지저분해지고, 글씨를 일일이 읽느라 지루할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예능 프로그램 중 자막을 사용하지 않는 프로그램을 찾아 볼 수 없다. 자막은 재미를 주기 위한 필수요소가 되었다. 그리고 자막을 어떤 타이밍에 얼마나 사용하느냐에 따라 프로그램의 흥행이 좌우될 수도 있게 되었다.

 

김정운 교수는 우리 주변에 편집이 얼마나 가까이, 흔하게 있는지를 알려주기 위해 예능 프로그램 속 자막에 대해 설명했지만 최근 예능에는 편집의 위력이 더 극대화 되는 것으로 보인다. 장성규 전아나운서가 출연하는 워크맨은 매우 빠르고 잘게 쪼개는 편집을 사용해서 속도감을 높였다. 재미없는 부분은 모두 들어내고, 재밌는 부분만 짧게 편집해놓은 덕분에 시청자들은 지루해질 틈이 없이 프로그램에 빠져들어 있다 보면 어느새 한 회를 전부 시청하게 된다. 편집의 놀라운 위력이다.

 

 

“독일학생과 한국학생”

 

김정운 교수 개인이 경험한 인상깊은 편집의 사례들도 있다. 김정운 교수는 고려대학교 졸업후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당시 도서관에서 독일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아주 독특한 현상이 눈에 들어왔다. 작은 카드에 자신이 공부하는 것들을 열심히 적어서 정리하고 있었다. 독일인들은 정리에 강박관념이 있단다. 공장에서든, 사무실에서든, 가정에서든 정리가 의무다. 공부할 때에도 카드에 깔끔하게 적어서 정리했다. 반면, 전형적인 한국학생이었던 김정운 교수는 노트를 썼다. 노트와 카드, 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카드는 처음에 작성하고 정리할 때에는 노트보다 까다롭다. 작은 카드 안에 한가지 개념을 정리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정리해놓은 카드들이 쌓이면 그것들을 얼마든지 편집하여 새로운 논문을 만들어 낼 수가 있다. 반면 노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쭉 기록하기에는 용이하지만 한 번 써놓은 것을 편집하기가 어렵다.

 

 

“편집되어 살기, 섞여 살기”

 

책의 시작부분에서 저자는 에디톨로지와 유사한 통섭, 융합, 크로스오버, 콜라보레이션과 같은 개념이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가 있다고 했다.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이 너무 세분화되어 서로 전혀 소통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가 세상을 노트가 아닌 카드의 개념으로 본다면 보다 편집되는 문화, 서로가 섞일 수 있는 문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내 생각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은 그저 틀렸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장소에 저장되어 있던 카드끼리 만나서 멋진 논문을 이룰 수 있는 것처럼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섞여도 자연스러울 수 있는 거 아니겠는가?

 

에디톨로지의 목적은 서로 다른 존재가 함께 만나서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내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지 말고 서로를 인정하고 섞여 살 수 있는 에디톨로지의 문화가 이루어지길 바래본다.

 

'boo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신이 자꾸 일을 미루는 4가지 이유  (6) 2020.03.13
서평 [부의 추월차선]  (2) 2020.03.09
서평 [최고들의 일머리 법칙]  (0) 2020.03.08
서평 [자존감 수업]  (0) 2020.03.07
서평 [승부뇌]  (0) 2020.03.0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