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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서평 [공부의 미래]

by 소프트힐러 2020. 6. 27.

저자 : 구본권

출판사 : 한겨례출판 

발행일 : 2019년 6월 28일 

 

 

 

몇달전 이 책을 받아놓고 세련되지 않은 노란색 표지 디자인 때문에 처음엔 읽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표지만 보고 책의 가치를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다. 

 

불과 246페이지의 짧은 책이지만 미래 공부에 대한 생각을 열어주고, 다양한 예시를 통해 쉽고 재미있는 이해를 가능하게 해주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공부의 의미가 바뀐다'는 문제 제기를 하는 서론 역할이다. 

여기서는 첫째로 학습도구의 미래를 살핀다.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방식들이 미래에도 주효하겠냐는 질문을 던진다. 

자동기계번역의 시대에 외국어를 왜 배워야 하며, 코딩을 배우는 진짜 이유는 무엇이며, 온라인 강의가 실패하는 이유, 파워포인트를 금지하는 회사들이 있는 원인에 대해 설명한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온라인 강의 및 예배가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요즘 온라인 강의를 앞서 시도해본 사람들의 이야기와 통계를 통해 그 한계점을 느껴볼 수 있었다. 

 

둘째로 대학의 미래에 대해 말한다. 

갈수록 문과, 이과 구분이 사라지고 결국 대학교육방식은 사회에서 원하는 인재상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데 사회가 어떤 한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인 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통합적인 인재를 원한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셋째로 직업의 미래를 말한다. 

변화하는 사회에서 다양한 직업이 뜨고, 진다. 평생 한가지 직업만 가지고 살던 시대는 지났다. 전문직이라고 해도 끊임없이 능력을 개발해야 하고, 학생일 때 진로를 일찍 정했다고 기뻐할 것이 아니라 변화에 유연한 사람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2부 '미래의 능력'는 본론을 다룬다.

1부에서 변화하는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다면 그에 대한 답으로 미래에 어떤 능력이 필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1) 창의성 

창의성은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들을 연결하는 것이다. 창의성은 '호기심'이 많다는 것이고 호기심을 키우려면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창의성을 키우려면 사람의 능력과 재능이 타고난대로 고정되어서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다는 고정 마인드셋이 아니라, 노력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성장 마인드셋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한 창의성을 가진 사람은 '모난 돌'이다.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은 기존의 것을 다르게 보려고 했던 사람이다. 그러나 대중은 다르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 불편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셸리 카슨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는 "성인들의 80%는 '다르게 생각하기'가 불편하거나 맥 빠지는 일이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사회는 자유롭고 독창적인 생각을 하기 쉽지 않은 체면과 권위를 중시하는 유교문화로 인해 더욱 그런 면이 있다. 모난 돌을 포용할 수 있어야 우리 사회의 창의성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2) 비판적 사고력 

비판적 사고는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과연 그러한지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는 것이다. 비판적 사고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오랜기간 학습과 훈련을 통해 가능하다. 인간은 한계와 오류, 편견과 잘못, 왜곡에 빠진다. 그것을 깨달을 때 좀 더 객관적이고 정확한 인식과 판단을 하는 비판적 사고를 시작할 수 있다.  

 

 

16세기 영국의 사상가 프랜시스 베이컨은 인간이 쉽게 오류와 편견에 빠지는 성향을 갖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네가지 우상론을 말했다. 

 

첫째, '종족의 우상'이다. 모든 사물을 사람 위주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려하는 보편적인 편견이다. 예를 들어 '새가 울고 나비가 춤을 춘다'는 표현을 하곤 한다. 과연 새가 소리내는 것이 '우는 것'일까? 새 입장에서는 고함치거나 웃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나비 입장에서 춤을 추고 있는 걸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는 사람 위주의 해석을 하고 있다. 

 

둘째, '동굴의 우상'이다. 사람은 개인별 성격이나 습관, 환경에 따라 각자 고유한 편견을 갖는다. 예를 들어 어려서 물에 빠진 경험을 한 사람이 물을 무서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모두에게 물이 무서운 것은 아니다. 

 

셋째, '시장의 우상'이다. 사람은 언어를 통해 의견을 주고 받는데, 사용하는 언어에 담긴 편견과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 어떤 방패도 뚫을 수 있는 창과 모든 무기를 막는 방패가 있다는 말이 오간 곳이 시장이다. (그래서 시장의 우상인가보다..) 부정확하고 사실과 다른 말에 현혹되는 사람의 성향을 말한다. 

 

넷째, '극장의 우상'이다. 전통, 역사, 권위가 부여된 것이라면 따지지 않고 믿고 의지하는 편향성이다. 논쟁을 하다가 '그거 책에 그렇게 실려 있어'라든가 유명인의 말을 인용하면 설득력이 높아진다. 그러나 과연 유명 철학자 같은 인물이 한 말이면 다 맞을까? 

 

 

 

그렇다면 비판적 사고력을 훈련하려면 어떤 도구가 필요할까? 네가지 방법이 소개되었다. 

 

첫째, 지금보다 더 나은 지식이 있음을 이해하라. '내 눈'에 아무리 확실해도 다른 사람에게는 다르게 보일 수 있고, '지금' 아무리 타당해도 다른 시점에서 보면 그렇지 않은 지식이 무수하다. 이런 생각이 끊임없는 배움으로 이어진다. 

 

둘째, 주장의 근거를 흔들어라. 해당 주장이 무엇에 근거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주장 자체보다 그 주장의 전제와 숨견진 가정을 발견하라. 적극적으로 주장을 펼치는 사람도 정작 자신이 무엇을 당연하게 여기는지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셋째, 의도를 읽어라. 사람의 행동에는 늘의도가 있다. 말하는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는 가장 편리한 방법은 그렇게 주장함으로써 그는 어떠한 이득을 얻게 될까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견리사의(이익을 보게 되면 그것이 옳은 것인지 따져봐라)', '교언영색(아름다운 말과 웃는 얼굴)', '공짜 점심은 없다', '어떤 서비스가 무료라면 당신은 고객이 아니라 상품이다'는 말은 모두 발언의 진위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비판적 사고를 하려면 해당 주장이 등장하는 배경과 맥락, 행간을 고려해야 한다. 

 

넷째,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라. 사실은 객관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 실체이다. 반면 의견은 어떤 대상에 대해서 갖는 생각이기 때문에 사람마다 다르다. 언론에서는 1921년 영국신문 가디어의 편집국장 찰스스콧이 말한 '의견은 자유이지만 사실은 신성하다'라는 말이 철칙이다. 

 

 

 

위와 같은 생각의 도구를 가지고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통해 비판적 사고력을 단련할 수 있을까? 

 

위에서 언급한대로 네가지 우상론을 제시하며 비판적 사유의 중요성을 강조한 프랜시스 베이컨은 이렇게 말했다. 

 

"독서는 충만한 사람을 만들고, 토론은 준비된 사람을 만들고 글쓰기는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

 

책읽기, 토론, 글쓰기는 비판적 사고를 키우는 최선의 방법이다. 그 출발은 독서이다. 

열정적인 독서가인 빌게이츠는 말했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 도서관이었다. 하버드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은 독서 습관이다"

 

 

 

3) 자기통제력

자기통제력에 대한 설명을 할 때에 자주 사용되는 '마시멜로 이야기'가 있다. 마시멜로 이야기는 타고난 인내력 내지는 자기통제력에 의해 인생이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이후에 생각을 반전시키는 또 다른 실험이 2차, 3차로 있었다는 것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2차 실험에서는 마시멜로가 담긴 통의 뚜껑을 덮어두느냐 열어두느냐와 같은 환경이 자기통제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3차 실험에서는 기다림에 대한 보상을 받은 경험의 유무가 자기통제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몇년전부터 '소확행'과 '욜로yolo'가 젊은 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을 대변하는 단어로 떠올랐다. 만족을 지연시키기보다는 지금 소비하고 누리는 것을 행복으로 여기는 표현이다. 게다가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세상은 만족의 지연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자기통제력을 키우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다. '습관의 힘'과 '마음의 힘' 전략이다. 

 

(1) 습관의 힘 

<습관의 힘>의 저자 찰스 두히그는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한 네 가지 전략을 제시한다. 

첫째, 반복적인 행동을 찾아라. 내가 무의식적, 습관적으로 반복하는 행동을 찾아야 그 행동이 나에게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고, 훈련대상으로 삼아 변화시킬 수도 있다. 

둘째, 다양한 보상으로 실험하라. 예를 들어 하루 만보를 걸으면 맛있는 음식을 나에게 선물하는 방식으로 나의 반복적인 행동을 이끌어내는 힘이 있는 보상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셋째, 심리학의 원리에 따라 습관을 형성하도록, 단순하지만 확실한 신호를 찾거나 만들어라. 예를 들어 양치할 때 뽀드득 소리가 나지는 않지만 광고에 뽀드득 효과음을 넣음으로써 사람들이 양치를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여 습관화가 되었다. 

넷째, 분명한 계획을 세우라.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반복적으로 시행할 때에 새로운 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 이 때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세워야 한다.

 

습관과 함께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식과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예를 들어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의 원인을 살펴보면 수학을 못해서가 아니라 기본적인 문해력과 지력부족인 경우가 많다. 수학에 대한 자신감과 자기통제 능력을 갖추는 방법은 구체적인 지식과 실력을 필요로 한다. 해당영역의 정보와 기술을 갖추었을 때 상황을 장악하고 통제할 수 있다. 

 

(2) 마음의 힘

'마음의 힘'은 자신의 특성을 잘 살펴서 파악하는 자기성찰적인 방법이다. 사람마다 타고난 능력과 성향이 제각각인데 무조건적으로 누군가를 기준으로 삼고 '나도 그처럼 인내하겠다'고 하면 위험하다. 제주해녀는 숨길이에 따라 상군, 중군, 하군으로 분류된다. 상군은 깊은 바다에서, 하군은 얕은 바다에서 물질을 한다. 제주해녀학교에서 가장 먼저 가르치는 것이 자신의 숨 길이를 아는 법이다. 숨길이는 타고나는 것이라서 해녀 경력이 쌓인다고 하군 해녀가 상군 해녀가 되지는 않는다. 해녀들처럼 자신의 숨길이, 즉 자신의 한계를 알아야 한다. 사회학자 엄기호는 '한계는 극복의 대상이 아닌 다룸의 대상이고 자신의 한계를 아는 것은 슬픔이 아닌 기쁨'이라고 했다. 한계를 인정한다는 것은 능력과 목표에 미리 선을 그어놓고 노력을 포기한다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과 재능 안에서 이를 잘 다룰 줄 아는 것을 의미한다. 

 

 

 

4) 협업능력

2016년 구글이 사내에서 분석한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최고 과학자들로 A팀, 최고가 아닌 팀원들로 B팀을 구성하여 실험했는데 B팀이 A팀보다 훨씬 중요하고 생산성 높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냈다. 가장 뛰어난 팀들은 공통적으로 평등, 관대함, 동료 팀원의 아이디어에 대한 호기심, 공감 능력을 갖추었다. 특히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왕따'문화가 없다고 밝혀졌다. 

 

스티브 잡스는 2012년 사망 전까지 정성을 쏟아 애플사옥을 만들었다. 2017년 완공된 애플 본사 사옥인 '애플 파크'는 도넛 모양이다.  중앙에는 거대한 정원이 있다. 컴퍼스로 그린 원처럼 중심부터 가장자리까지의 거리가 어디서나 동일하다. 건물에 있는 사람 누구나 같은 거리에 있는 정원에서 우연히 만나게 한 것이다. 잡스는 창의성이 사람들 간의 의도하지 않은 만남을 통해 피어난다고 믿었다. 미래에는 혼자가 아닌 협업을 통해 학습과 업무수행이 더욱 중요하다. 우리가 천재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사실은 협업 전문가이다. 

 

에디슨은 70명의 전문가와 조수를 고용해서 협업했고, 정약용은 저작의 상당부분을 제자 24명과 공동작업으로 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사람이 많이 모이면 결과가 좋다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과 소통하고, '똑똑한 도구'와 협력해야 한다. 

 

 

 

 

3부 스스로 미래를 결정하는 법에서는 스스로 미래를 결정하기 위해 내 안에 갖춰야할 것들에 대해 설명한다. 

 

크게 두가지로 볼 수 있다. 내적 동기와 메타인지이다. 

 

1) 내적동기

자기 자신을 깊이 성찰할 때에 내적동기를 발견할 수 있다. 외적동기로 학습하고 일해서는 외적동기가 사라졌을 때에 지속될 수 없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군대에서 실행한 적이 있는 종교 마일리지가 떠올랐다. 종교마일리지를 처음 시작했을 때 반응은 폭발적이었지만 오래가지 못했고, 종교 마일리지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지휘관이 와서 그것을 없앴을 경우는 시작하기 전보다 더 출석이 줄어서 안하니만 못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우리나라 성인들이 학창시절에 공부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사회인이 되고는 책을 멀리 하는 이유도 그러하다. 외적 동기로 얻은 것은 끝까지 가지 못한다. 내 안을 끊임없이 성찰하면서 내적동기를 계속 채광해야 한다. 

 

2) 메타인지

과거 영국이 세계의 제해권을 장악한 이유는 바다위에서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는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위도는 태양의 움직임을 통해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18세기 초반만해도 해상에서 경도 파악이 어려웠다. 그러나 경도를 측정하는 기술의 개발은 영국해군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렸다. 공부도 현재 내 위치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자신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 이해하는 능력인데 메타인지라고 한다. 메타인지의 출발점은 자신으로부터 빠져나와서 나 자신에게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자기객관화이다. 메타인지는 어떻게 훈련할까? 연습문제와 쪽지시험은 자신의 학습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메타인지 도구이다. 친구를 가르치는 일도 자신의 훌륭한 메타인지 훈련법이다. 누군가를 가르치려면 내가 먼저 제대로 알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한 일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체크리스트를 만들거나 일기를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람은 평생 공부해야 한다. 지식의 증가와 변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는 미래에는 평생학습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그에 대해 평소에 느끼고 있던 생각과 방법에 대해 보다 명확하게 정리하는 유용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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